요즘 다문화 가정이 증가하면서 어린이집 현장에서도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아이들은 집에서는 부모의 모국어를 사용하고, 어린이집이나 사회에서는 주로 한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두 언어에 노출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되지요. 많은 다문화 가정 자녀 중 제 기억에 유독 기억에 많이 남은 아이가 있어요. 그 아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중언어 환경의 장점과 어려움, 그리고 교사로서 어떻게 도와줄 수 있었는지를 말씀드릴게요!
두 언어를 익히는 아이들의 습득력, 생각보다 놀라워요
제가 예전에 근무했던 어린이집은 주변에 농공단지가 있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이 꽤 많은 편이었어요. 특히 러시아, 베트남, 중국 등 다양한 국적의 부모님을 둔 아이들이 있었고, 언어도 각기 달랐지요. 그 중 한 아이는 러시아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자란 아이였는데, 처음 한국 나이로 4살에 어린이집에 입소했는데, 당시 대부분의 말을 러시아어로만 했고 한국어로 된 선생님의 말이나 또래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해 낯설어하고 혼란스러워했어요. 활동 중 지시를 알아듣지 못해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친구들의 말에 반응하지 못해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죠. 하지만 그 아이는 몇 개월이 지나면서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한국어를 배웠어요. 친구들의 말을 따라 하고, 행동을 모방하면서 2학기에는 간단한 의사소통은 한국말로 하게 되었답니다. 실제로 영유아기의 언어 흡수력은 매우 높기 때문에, 충분한 노출과 반복,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루어진다면 두 언어 모두 능숙하게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직접 확인한 경험이었습니다. 이중언어 환경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처음엔 다소 혼란을 겪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양쪽 언어를 유연하게 오갈 수 있는 언어적 유연성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는 언어뿐 아니라 사고력, 문제 해결력, 사회적 민감성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답니다.
낯선 언어에서 오는 혼란과 소통의 어려움, 초기에는 불안감을 겪어요
이중언어 환경은 장점도 많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초기에 혼란과 위축감을 경험하기도 해요. 특히 가정에서는 한 언어를 쓰고, 어린이집에서는 또 다른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 경우 더한 혼란을 경험할 수 있죠. 아이가 자신의 언어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의사표현이 좌절되며 감정을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러시아어를 주로 쓰던 그 아이도 처음에는 요구를 말로 하지 못하고 손짓이나 울음으로 표현하는 일이 많았어요. 활동 참여보다는 교사를 관찰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길었고, 이는 또래 관계 형성에도 영향을 주었죠. 또한 교사와 친구들의 말이 빠르게 오가는 상황에서 자신만 이해하지 못한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처음 몇 주 동안은 아이가 사용하는 단어나 표현을 부모님께 물어보기도 하고, “이건 러시아어로 뭐라고 해요?”라고 물어보며 아이가 자신의 언어를 존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낯선 언어에서 오는 긴장을 줄이고, 안전한 감정 상태에서 한국어를 배워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가정과 어린이집의 연결이 아이의 언어성장에 큰 힘이 돼요
이중언어 환경에서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어린이집이 서로 정보를 나누고, 일관성 있는 언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해요. 어떤 부모님은 “우리 아이가 한국말을 너무 못해서 걱정이에요”라며 집에서도 억지로 한국어만 쓰려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 아이의 정서적 안정감을 위해서는 가정에서는 편안한 언어, 즉 모국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경우도 많답니다. 그 대신 어린이집에서는 또래와 어울리며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우고, 교사는 아이가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 반복해서 말해주거나, 간단한 단어로 바꿔서 설명해 주는 식으로 언어 환경을 조정해 주는 것이 좋아요. 또한 저는 다문화 부모님과의 상담 시, 가정에서 어떤 언어를 쓰는지, 아이가 좋아하는 단어나 표현은 무엇인지를 꼭 여쭤봤어요. 그래야 교실에서 더 자연스럽게 아이를 도울 수 있으니까요. 가끔은 아이가 좋아하는 외국 동요를 함께 듣거나, 가정에서 쓰는 언어로 된 그림책을 소개하는 등 아이의 정체성과 배경을 존중하는 활동도 함께 했어요. 이런 활동은 한국어만 하는 다른 친구들도 그 친구에 대해, 나아가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경험이 되었답니다. 이처럼 이중언어 환경은 단순히 ‘두 언어를 배운다’는 의미를 넘어서, 아이의 삶과 문화, 정체성을 통합적으로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론
이중언어 환경은 아이에게 언어적 유연성, 다양한 문화 경험, 넓은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동시에, 초기에는 소통의 어려움, 정서적 혼란도 함께 동반합니다. 하지만 아이는 충분한 애정과 반복, 그리고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언어를 빠르게 흡수하며 성장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아이의 언어 환경을 함께 이해하고,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준다면, 이중언어는 분리된 두 세계가 아니라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언어는 곧 아이의 세계이기에, 우리는 그 세계를 열어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하겠지요.